2014년 4월 7일 월요일
부동산 경매 굿옥션 대항력 없는 임차건물의 양도& 임차보증금반환채무의 인수 [칼럼: 정해룡]
부동산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부동산임차권의 대항력 내지 대항요건을 정확히 알지 못하여 당사자 중 일방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간혹 발생한다. 최근 인천 지역에서 임차인이 있는 오피스텔을 매도한 사건에서 매도인이 임차보증금을 이중으로 변제하는 사례가 있었는데, 그 문제의 핵심에는 임차권의 대항요건과 채무인수의 법리를 알지 못한 데에 있었다.
이 사건에서 매매당시 임차보증금반환채무는 매수인이 인수하여 변제하기로 합의하고 매매대금에서 임차보증금액수만큼 공제한 후 나머지 금액만을 매도인이 지급받았는데, 위 합의와는 달리 결국은 매도인이 임차보증금을 반환하게 된 것이다.
어떤 이유로 위와 같은 일이 발생하였는지 이해의 편의를 위하여 아래에서 위 사건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소개하기로 한다.
몇 달 전 갑(甲)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오피스텔에 대하여 을(乙)과 존속기간 1년, 임차보증금 5천만원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 을은 위 오피스텔을 주거 목적으로 임차하였으며, 갑도 이를 용인하고 계약을 체결하였다.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갑은 임차인이 전입신고를 하면 자신의 오피스텔이 주거용 건물로 간주되어 세금 상 불리하니 전입신고는 하지 말도록 임차인 을에게 부탁하여 을은 입주 후 전입신고를 하지 않았다. 그 후 임대차기간이 만료되기 몇 달 전, 갑은 매매대금 1억원에 위 오피스텔을 병(丙)에게 매도하면서 임차보증금반환채무를 병이 인수하는 조건으로 매매대금에서 인수될 보증금 5천만원에 대해 공제하기로 합의했다. 이 합의에 대해 임차인 을과의 합의나 동의는 없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몇 달 후 임차인 을이 임대차 기간의 만료를 이유로 전소유자인 갑에 대해 임차보증금 5천만원을 반환하라고 청구하였다. 그 이유는 현재 소유자인 병이 임차보증금을 반환해주지 않고 자신도 매매당시 임차보증금반환채무의 인수에 대해 전혀 합의나 동의를 해준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갑은 보증금반환채무는 병이 인수해서 변제하기로 합의했고, 나아가 임차건물이 양도되면 양수인에게 임대인의 지위가 승계되니 자신은 반환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반환을 거부하자 을은 갑을 상대로 임차보증금을 반환하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 경우 갑은 을에게 임차보증금을 반환할 책임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반환할 책임이 있다. 그 이유를 알아보자.
본래 임차권에 대항력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임차권설정등기를 하여야 한다. 즉 원칙적으로 등기가 임차권의 대항요건인 것이다. 다만, 주택임차권은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규정한 대항요건을 갖추면 임차권설정등기를 하지 않아도 대항력이 생기고, 상가건물임차권도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서 규정한 대항요건을 갖추면 임차권설정등기를 하지 않아도 대항력이 생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주택의 경우에는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차인이 전입신고와 점유를 하면 그 다음날 0시부터 대항력이 생기고, 상가건물의 경우에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규정에 따른 사업자등록신청과 점유를 하면 마찬가지로 그 다음날 0시부터 대항력이 생긴다.
한편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3항은 ‘임차주택의 양수인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임차인은 주택양수인에 대하여도 임차권을 주장할 수 있고, 기간이 만료되어 나갈 때에는 그 주택양수인에게 보증금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법률관계는 임차주택의 양도 시에 임차인이 대항력을 가지고 있는 때에 한하는 것이다. 임차인이 대항요건을 갖추지 아니하였다면 특약이 없는 한 주택양수인에게 계속 종전 임차권을 주장하거나 보증금반환을 청구할 수 없으며, 보증금 반환청구는 종전 소유자에게 하여야 한다.
위 사례에서 만약 임차인 을이 대항요건(전입신고와 점유)을 갖춘 경우라면 임대인의 지위가 병에게 승계되어 보증금반환채무는 병에게 인수된다. 그러나 위 사례에서 임차인 을은 대항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이므로 특약이 없는 한 매수인 병에게 임대인의 지위가 당연히 승계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보증금반환채무의 인수도 적법한 채무인수의 특약이 없는 한 병에게 인수되지 아니한다.
채무인수는 채무인수인과 채권자의 합의로 할 수 있고(이 경우 이해관계 없는 제3자는 채무자의 의사에 반하여 채무를 인수하지 못한다.), 채무자와 채무인수인의 합의에 의하여 할 수도 있다. 단, 채무자와 채무인수인의 합의로 채무를 인수한 경우에는 채권자의 승낙이 있어야 그 효력이 있으며, 채권자의 승낙을 얻지 못한 경우에는 채권자에 대하여 채무인수의 효력을 주장할 수 없다.
위 사례의 경우 대항력 없는 임차인 을에 대한 임차보증금반환채무를 매수인 병이 인수해서 변제하기로 한 합의는 채무자와 채무인수인의 합의로 채무를 인수한 경우에 해당한다. 따라서 채권자(임차인 을)의 승낙을 얻지 못한 경우에는 채권자에 대하여 채무인수의 효력을 주장할 수 없다. 그런데 이와 같은 합의에 채권자인 을의 동의나 합의가 없었으므로, 을에게 채무인수의 효력을 주장할 수 없고, 따라서 을의 입장에서 보면 보증금반환채무자는 여전히 종전 소유자인 갑이다. 갑이 을에 대한 보증금반환채무를 면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편, 위의 경우 갑이 보증금을 반환한 때에는 병에게 그 액수만큼 돌려줄 것을 청구할 수 있으나, 병에게 재산이 없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갑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와 유사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차제에 임차권의 대항력 내지 대항요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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