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7일 월요일

부동산 경매 굿옥션 엄마사랑 꼭 차던 배꼴 [수필: 이수전]



늦가을에 튼튼한 감자를 헌 가마니에 담아 땅에 구덩이를 파고 무덤처럼 둥그렇게 흙을 모아 덮어 두었던 감자구덩이에서 이른 봄에 아버지는 감자 씨를 만든다고 감자를 꺼내어 이렇게 저렇게 돌려가면서 싹둑 싹둑 쪼개셨다.통감자에 싹이 노랗게 난 것들…. 눈이 트이는 것들을 모두 씨눈을 중심으로 한 개에 서너 개씩 쪼갰고, 오빠들과 나는 "감자에 싹이 나서♬ 이파리에♬ 싹이 났어. 감자, 감자 가위바위보~♬ 가위 바위 보!"를 외치며 놀이를 했던 기억이 있다.

부모님은 골라놓은 씨감자를 고무 다라에 담아서 밭에 심었었는데 몇 번 김(풀)만 매주면 하얀 감자 꽃이 피고 어느새 뿌리줄기엔 새끼 감자들이 붙기 시작하면서 여름 중반쯤엔 제법 아이 주먹만 한 감자가 실하게 열렸다.
뙤약볕에 밭일 나간 엄마가 광주리 이고 타박타박 돌아올 쯤 아이는 밥 달라 아우성이다.

잠시라도 쉴 겨를도 없이 마당 앞 화덕으로 내몰린 엄마는 마당 한켠의 수돗가에서 펌프질로 방금 퍼 올린 냉수 한 사발을 벌컥벌컥 들이 키고 흙 묻어 얼룩진 소매로 입가를 스윽 닦은 후 며칠 전 뒤뜰 소쿠리에 담아놓은 돼지감자를 발가벗겨 양은솥에 가득 넣고 부지깽이를 들락거리며 그렇게 익게 하였다

아이의 허기진 눈망울이 엄마와 양은솥 사이에서 어쩔 줄 모른 체 바삐 움직이고 엄마는 감자 솥이 뿜던 허연 김을 손 저어 가라앉히며 젓가락 끝으로 감자 살 찌르면서 손끝에 전하는 감자의 팍신팍신한 맛과 갈라보면 엄마적삼 속 뽀얀 살결이 피었다 싶으면 다 익었다는 신호로 알아채곤 하셨다.


집 마당에는 구수한 감자냄새 허옇게 번져 나오고 뜨거운 감자 호호불어 소금에 찍어 한입 베어 물고 물김치 한 모금 마시던 그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잠시나마 행복해진다.
하얀 감자 두 알만 채워도 엄마사랑 꼭 차던 배꼴…. 그때는 그렇게 찐 감자가 맛있었다. 식어도 맛있었다. 세월이 지나 지금 타향에서 먹는 찐 감자의 맛은 그 시절 우리가 배꼴 채우던 그 맛과는 분명하게 다르다. 왜 그럴까.....?

행여 너무 많이 먹어 배탈이라도 나면 어머니는 아이를 무릎에 누이고 "엄마 손이 약손이다. 쑥쑥 내려가라, 엄마 손이 약손이다. 쑥쑥 내려가라" 라며 배를 문질러 주고 아이는 언제 아팠냐는 듯 스르르 잠이 들었었다.

눈 감으면 옛날 고향집 풍경과 평상에 온 가족 둘러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꽃 피우며 희망을 쫒던 풍경이 보인다, 나이 들수록 편안했던 고운 추억의 그 시절이 더욱 그립다. 가난했지만 웃음이 피어났고 마냥 행복하게 뒹굴던 그 시절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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