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햇빛 좋은 오늘은 새 깃털처럼 가볍게 날아 어디든 바깥구경 나가보세요.
아, 그런데 이렇게 아까운 햇빛 쏟아지는 날, 아버지 어린 시절은 자꾸 어디에 숨어 나오지 않나요. 고조할아버지는 아버지 당신이 미워, 육이오때 폭격 소낙비처럼 쏟아질 때도 어린 아버지를 심부름 보내셨다죠.
당신은 먹먹한 가슴으로 뛰어오다 비행기 폭격 피해 참외밭에 몸 숨기며 참외 꽃 가슴에 품으며 노란 참외꼭지보다 더 쓴 노란눈물을 흘리셨다죠.
누구에게나 죽을 만큼의 기억은 있다지만, 이건 죽음을 넘어서는 아차하면 누구의 기억도 될 수 없는 순간 이었다죠.
이 세상 혼자 버림받은 가엾은 어린양처럼 보채는 당신도 그 기억은 꽃이 될 수 없겠죠. 이제 당신을 휘감았던 매운 상처는 아버지 마음 속 등대처럼 서 있는 안동 땅 맑은 햇빛과 바람 속에 널어 말리세요.
햇빛 좋은날 고향보다 더 깊은 고향에 같이 가요. 햇빛이 좋아 모든상처가 생 모래처럼 비쳐 더 아프더라도, 아버지 그날 죄 없이 죽은 사람들의 미소가 더 맑게 비춰오는 날이잖아요.
댓글 없음:
댓글 쓰기